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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여행들

100916 도쿄(1):東京(1)

 10년09월16일. 비가 주척주척. 가지 않겠다고 앙탈을 부리는 배낭들을 도쿄역의 코인 로커에 던져넣고, 계획대로 노면 전차인 아라카와선(荒川線)을 타보기 위해 이동했다.


 도쿄에 남아 있는 노면 전차 노선은 토덴 아라카와선(都電荒川線)과 세타가야선(世田谷線). 세타가야선의 대부분이 전차만 달리는 전용 노선이 되어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구간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라카와선이 실제로 도쿄에 남은 유일한 노면 전차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아라카와선도 차량과 함께 달리는 완전한 병용구간은 얼마 안 되지만...)




 한량밖에 되지 않아 열차보다는 버스에 가까운 아라카와선은 평일 낮이라는 시간대에도 승객이 많았다. 버스나 다른 전철 노선으로 분산되어 승객이 많이 줄었다는 게 이 정도라니, 존폐의 위기를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학교 앞의 이스미 철도(いすみ鉄道)를 생각하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는 이야기.

 여담이지만, 오랜 기간 적자에 허덕이는 이스미 철도에 대해 2009년도 결산까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폐지를 검토한다는 게 관련 회의의 결론이었으나, 훈련비를 자비 부담하는 조건의 열차 운전면허 교육이라던지 지역 행사와의 연계 등의 경영 회복 노력으로, 올해 8월 이스미 철도의 존속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JR의 야마노테선(山手線)과 아라카와선이 만나는 오오츠카(大塚)역에서 구매한 일일 승차권. 이거 한 장이면 하루종일 아라카와선 노선을 몇 번이라도 타고 내릴 수 있다. 거리에 관계없이 운임은 160엔이니 하루에 3번 이상 이용을 할 생각이라면 400엔의 일일 승차권이 유리하다.




 미노와바시(三ノ輪橋)역 인근의 상점가나 스가모신덴(巣鴨新田)역, 가능하다면 와세다(早稲田)역까지 노선을 모두 돌아보고 싶었지만, 비도 내리고 동행의 일정도 있고 해서 실제로 찾아간 곳은 오우지(王子)역 근처의 공원들과 키시보진마에(鬼子母神前)역의 신사가 전부다.



 도로변에서 케이블카처럼 생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게 특이했던 아스카야마공원(飛鳥山公園). 놀이시설과 박물관 등을 포함한 제법 큰 공원이지만, 빗속에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을 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놓인 지 제법 시간이 지나 보이는 열차의 전시물, 그 위에 그려진 얼룩덜룩한 낙서들 위로 빗물이 흘러내리는 걸 보고 즐거워할 사람은 없겠지.


 공원을 나와서 구슬 놀이를 즐기려는 일행을 역 근처에 놓아두고 혼자서 전차에 올랐다.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행들과 만날 약속이 있었기에, 남은 여유 시간은 두 시간 남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