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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생각들

110619 노동으로 살기:live by labor


 11년06월19일. 한 달만에 곱디곱던 피부는 안녕을 고하셨다. 날마다 설거지를 해대도 멀쩡하던 손이 빠르게도 맛이 가버린 것은 청소 세제와 주방 세제와 세탁 세제의 혼합 상승작용이 원인이리라. 하루하루 아슬아슬한 마음가짐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처자의 메일과 스카이프, 사진, 그리고 주 단위로 불어나는 통장 잔액(?)이랄까.

 최저 임금이 18,000원 정도인 호주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정장의 회사원보다 추레한 작업복의 청소부가 더 높은 급여를 받기도 하는 나라. 물론, 외국인 워홀러에게는 꽤 먼 나라 이야기.

 새벽에 하던 청소는 그대로, 비어 있던 오전과 이른 오후에는 호텔의 하우스키핑, 저녁에는 식당에서 키친핸드, 이른바 쓰리잡으로, 업주들이 요새는 대놓고 시키는 세금 떼먹기 캐쉬잡 +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이지만 이 정도가 되면 나름 돈은 모인다.

 단순 계산으로 새벽 청소 13불*4시간*30일=1,560불 / 하우스키핑 14불*4시간*20일=1,120불 / 식당 10불*5시간*27일=1,350불 / 총 4,030불. 이른바 시티 캐쉬잡 주 천불의 위엄. 실제로는 딱 한 주만 새벽 4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풀타임으로 해보고 그냥 죽어버릴 것 같아서 일을 줄였다.

 목표 금액에도 조금 모자라고, 이른 감이 있지만. 딱 한 달만 더해서 학비 마련되면 다 때려치우고 공부하러 갈 테다. 이대로는 몸이 망가지거나, 성격이 망가지거나, 아니면 득도하고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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