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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081219 치바:千葉


 08년12월19일. 겨울 방학 동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누님과 윤군의 재입국허가(re-entry permit) 신청을 위해 입국관리국 치바 출장소를 다녀왔다. 업무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을 경우 간단한 신청도 꽤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일찌감치 아침 6시에 기숙사를 나서 출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이 날은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 한산했지만, 어쨌든 가장 먼저 재입국허가 신청을 처리할 수 있었다.


 사실 비자가 없어도 90일간은 체류가 가능하지만, 재입국허가를 받지 않고 출국하는 경우 현재 보유한 유학비자가 취소되어 버리고, 90일 체류 가능한 관광 비자로는 학업활동을 할 수 없기에 거금을(재입국 1회 가능 3,000엔/재입국 여러 번 가능 6,000엔) 들여가면서 재입국허가 신청을 하는 거다.

 어쨌든 신청을 마친 누님, 윤군과 함께 출장소를 나서 근처의 역으로 향했다.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는 오후 4시에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돌아다닐 예정이었고, 그 이유로 재입국허가 신청을 할 필요가 없는 내가 치바까지 따라나섰다는 이야기. 


 일본의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를 위한 신호음이 신호등과 같이 사용되는데, 특색을 살린 고유의 신호음이 있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치바현은 삐욕삐욕하는 병아리 신호음. 학교 주변의 오오타키 마을은 신호음이 달랐던 것 같기는 한데 횡단보도는 이용을 거의 안하기에... (오오타키 주변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은 이유중 하나가 아닐까;)



 입김이 보일락말락, 걸어 다니기 좋은 날이었다. 역에 도착하자 누님과 나의 빠른 걸음을 부담스러워 하던 윤군은 먼저 가서 버스를 기다리겠다며 五井駅(고이역)으로 향했고, 남은 우리는 근처의 대형 쇼핑센터에 가기로 했지만, 쇼핑센터가 있던 역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았기에 예전에 동행한 장군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불통, 결국 기억에 의존해 가보기로 했다.


 버스 시간까지는 6시간 이상 남아 있었기에, 뒤늦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즐겼다. 다행히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역의 이름(南船橋:미나미후나바시)이 맞아떨어져서 대형 쇼핑센터 'LaLaPort'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옷 입히기 놀이를 하면서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만 다시금 들었을 뿐, 구입한 물건은 없었다. 빈곤한 나로서는 옷보다 생존을 위한 식료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다시 五井駅(고이역)으로 돌아와서 다시금 걷기 시작. 이번의 목표는 예전에 눈여겨 둔 슈퍼마켓이었다. 예전에도 역 근처에 대형 슈퍼마켓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누님과 3시간 정도를 걸으며 찾아다녔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돌아가던 중, 가보지 않았던 방향에 뜻밖에 가까이 있던 걸 보고 안타까워했던 그 슈퍼마켓이다. 안타까움이라고 해봐야 '저 안에는 틀림없이 값싼 식재료가 많을 거야'같은 생각이지만 말이다.

 기대와는 달리 학교 근처의 슈퍼마켓보다 100엔 정도 비싼 가격이었기에 여기서도 구입한 물건은 없었다.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시 역 근처의 슈퍼마켓을 찾아 본다거나, 도너츠 가게에서 (저렴한)커피를 마신다거나, 역 근처에서 부랑자 놀이를 하던 윤군을 포획한다거나...


 부드럽게 가라앉기 시작한 오후의 햇살을 가로지르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는 어김없이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대중 교통이 아닌 학교의 버스도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일본의 좋은 면이라고 생각한다. 교통편의 시간표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업무에 있어서든 여행에 있어서든 상당한 장점이 되지 않을까.



 눈여겨볼 것 없는 건물 숲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치바 출장소이기에,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입국관리국 치바 출장소를 다시금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는 것은 약간의 기억과 그것을 도와줄 몇 장의 사진, 그리고 출장소의 도장이 찍힌 여권 정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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