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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090620 어느 볕 좋은 날:ある日当たりのよい日


 09년06월20일. 구름이 많은 흐린 날씨라던 예보와는 다르게,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볕에 잠이 깨었다. 그동안 말리지 못해 눅눅해진 이불을 들쳐메고 현관을 나서자 순간 아찔해질 정도로 볕이 강했다는 이야기. 이미 장마가 시작되었기에 이 정도로 볕이 좋은 날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주섬주섬 빨랫감을 가방에 쓸어담고 남자 기숙사로 향했다.

 집에 있는 세탁기는 사용하지 않는 장식품이고, 목욕도 욕조에 물을 받아 들어가기는커녕, 온수 사용도 자제하는 상황. 매월 천오백엔 가량의 전기와 가스요금은 평범하게 생활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빈곤한 유학생으로서는 학교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몸을 온수로 세탁한데다가 밀린 빨래도 끝마친 홀가분한 하루. 토요일의 아르바이트는 오후부터 시작되기에 느긋하게 학교 안을 휘적거리며 비타민 D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나무 그늘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보기도 하고, 오카리나를 불다가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사진도 담는다.


 사실, 식당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은 서무과에서 인쇄물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한가한 시간은 드물다. 매월 들어오는 육만 팔천 엔의 장학금으로는 생활비는커녕 학비를 메우기에도 빠듯한 상황이고 다달이 빠져나가는 월세와 보험료 등은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그럼에도, 주변에서 즐거워 보인다거나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는 건 스스로 선택한 이 상황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즐거운 빈곤 유학생 김모씨'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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