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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091115 영검:英検


 09년11월15일. 밤놀이를 포기하고 일찍 자버린 덕분인지, 시간에 맞춰 이불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해준다면 가난한 유학생의 서바이벌 라이프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일 년에 고작 두 번뿐이기에 아쉽다는 그 아르바이트. 오늘은 그 날이다.


 이번 장소는 모바라(茂原) 시내에 있는 현립 장생 고등학교(県立 長生高校). 고등학교 주제에 야구장도 따로 있는 큼지막한 학교로, 쉬는 시간 운동장에 공 서너 개가 날아다니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급 암울해지기도 했다.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도 있는 안내를 하고 싶었으나, 배치된 자리는 면접 교실 앞에서 학생들의 번호와 이름을 적는 面接官づき(면접관 보조). 귀여운 어린 처자들이라도 줄줄이 와서 앉아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控室づき(대기실 담당)의 처자가 내게 앙심이라도 품었는지 빡빡머리의 남학생들만 줄줄이 보내기에, 옆 자리의 녀석에게 왜 내 자리에는 처자들이 오지 않는 거냐 등의 시비를 걸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말로 하면 들리니 쪽지로)


 그러한 관계로 오늘은 정직하고 올바른 사진만 담았다. 물론 평소에 담는 사진도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올바르긴 하지만, 교실 앞에서 대놓고 찍을 수도 없으니 별 수 없다는 이야기.



 신형 인플루엔자 탓인지, 응시 취소자가 많아서 뒷정리까지 끝내고도 시간이 남았다. 응시생이 적기에 일당도 천엔 줄어들어 버스비를 제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6천엔 하고 오백엔. 그래도 일의 난이도와 도시락까지 제공되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좋은 아르바이트다.




 아르바이트에 온 인원 중에 사진부의 부원도 몇 명인가 있어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간단한 설명과 연습을 해보기도 했다. 카메라를 목에 걸어주고 자세 교정을 해주거나 하다가, 초점을 잡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그냥 마음대로 찍어보라고 하긴 했지만, 부원이 처자라서 특별히 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아마도)
 


 30분 정도 지나서 도착한 버스에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모두 말없이 잠들어버리는 것이 관례.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은 내 습관. (웃음)


 올해 두번째, 그리고 마지막 영검 아르바이트. 끝.


 정말 끝. (웃음)

 덧) 다음날 계산에 착오가 있었다며 서무과로 급료를 보내와서 천 엔씩 더 받았다. 조칠모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