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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091125 도쿄 위생병원:東京衛生病院

 09년11월25일. 오늘은 근로 감사의 날(勤労感謝の日)의 학교 자체적인 대체 휴일로 수업이 없지만, 도쿄 위생병원의 실습생들의 사진을 담기로 한 약속이 있기에 새벽 4시 반이라는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예정되어 있던 사진부의 부활동이 인플루엔자 때문에 취소되었기에 부담이 줄었어도, 여전히 어딘가가 무겁게 느껴지는 건 일일 무보수 노동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습생들의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상을 찍는다는 이유로 새벽부터 출발하긴 했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그런대로 맛있었고, 멍하니 앉아있으면 목적지까지 운반된다는 편리함이 있기에 몸은 편했다.

 도중에 교통사고로 길이 막혀 예정시간인 7시보다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바로 사진을 담기 시작.


 병원 옆에 있는 간호학부 부속 건물에서 만난 간호학과 3학년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얼굴들로 아침을 시작했다. 최근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탓도 있겠지만, 현관 옆에 커다랗게 붙은 국가시험까지 남은 날의 숫자가 가장 큰 원인이리라.

 
 내부에서 사진을 담기 때문인지 마스크 착용과 손, 입까지 약으로 헹구고서야 건물로 들어갈 수 있는 걸 보면 학교와 다르긴 하다. 실습생들에게는 허가를 받았지만, 일반 환자나 직원들의 사진은 안된다는 설명을 들으며 일반 병실이 있는 5층의 병동으로 이동해서 자리를 잡았다.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시되어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나 메일주소도 당사자의 허락이 있어야 알려줄 수 있는 이곳의 분위기로는, 나처럼 학교 학생들의 사진을 함부로 올리면 잡혀갈 수도 있다. 오늘 담은 사진 대부분이 실습생들의 모습이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자제한다는 이야기다.



 간호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식사를 나르고, 틈이 나면 계속 물어보는 실습생들의 모습은 반짝거렸지만, 동시에 '난 여기서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기는 사진이 차가워지는 이유.


 '병원식은 영양을 중요하게 여겨서 맛과는 거리를 두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점심을 해결. 오후가 되면서 날이 개었기에, 근처에 있는 실습생들의 기숙사나 병원 주변의 모습을 주로 사진에 담았다. 






 일본에서 2년 동안 생활을 했다고는 하나 대부분 학교와 학교 주변에서만 지내왔기에, 모르는 장소를 가면 한국에서 일본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본에서 사는 내가 일본에 여행 온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으며 부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 日本の交通費は半端じゃねー。





 사진을 부탁받으면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도 들어가 볼 수 있어 재미있다. 이른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하는 금단의 영역이나 안전을 이유로 평소에는 잠겨 있는 건물의 옥상 같은 곳. 






 다음 실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생긴 짬에 근처에 있는 상점가를 찾아갔다. 폭이 넓지 않은 골목에 여러 가지 가게가 늘어서 있는 게 마음에 들어 끝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중간에 포기. 가게들의 장식과 선물 꾸러미에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가 느껴지기에 가슴이 아프다.


 1박 5만 엔이라는 고급 병실에서의 실습을 마지막으로 병원 내부의 사진 담기를 끝내고, 학부 부속건물에서 실습생들의 인터뷰까지 마친 뒤에 학교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 저녁 8시. 봉사 활동이라는 게 가슴 아프지만, 사진 연습으로는 충실한 하루였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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