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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090221 산책:散歩


 09년02월21일. 오늘도 최상의 제안에 다들 따라나섰다. 수업과 과제가 없이 봄방학 또는 귀국만을 앞두고 있기에 모두 심심한 모양이다.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며 나상이 옷을 두툼하게 껴입느라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간호학과 3학년 전원이 시험을 위해 떠나 텅 비어 버린 미르테 기숙사에서 자전거 4대를 빌려 산책에 나섰다.


 낮에는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아직 바람이 차다. 출발은 호기롭게 '바다에 가자!'를 외쳤지만 교문을 나서자마자 오오타키 마을(大多喜町)로의 산책으로 변경되었다. 오오타키로 향하던 도중, 예전부터 사진을 담으려고 생각했던 장소에 들렸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봄의 절정으로 꽃과 잎이 화려해지면 다시 오고 싶지만...


 한 시간에 한번 지나가는 이스미 철도는 고미나토 철도와 연결되어 치바현(千葉県)이 있는 보소반도(房総半島)를 횡으로 가로지른다. 학교 근처에 있는 무인역인 쿠가하라(久我原)에 종종 사진을 담으러 놀러 가기에 어느 정도 이스미 철도에 대해 조사는 해 두었지만, 실제로 탑승한 일은 없다.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매년 적자를 내고 있기에 곧 폐지될 가능성도 있는 비운의 철도.




"나상, 저거 무슨 경고판 같아요?"

"글씨가 잘 안 보이는데... <어린애는 하지 마세요.>가 아닐까?"

"에이, <떠밀지 마세요.> 아니에요?"


 나이 지긋한 두 분은 느긋하게 공원에서 쉬어가려고 했지만 '착한 어린이는 집에 갈 시간이에요.' 안내 방송에 쫓겨나듯 공원을 빠져나와 상점가로 향했다. 학교 식당의 식사 시간인 5시 반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아있다. 원래 학교로 돌아가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나상의 제안(내가 살게!)에 계획 변경.


 그래서 오늘은 나상의 사진이 많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혼자 놀기를 즐기는 나상. 사진을 찍으면서 놀기 위해 휴대전화를 구입했다는 소문이 있다. 실제로 아는 사람과 전화 통화나 메일을 주고받는 것보다 '그분'의 메일을 받는 일이 많아 보인다. 국적을 불문하고 외로운 남녀들을 짝지어 주고자 오늘도 분투하시는 '그분'에게 영광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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