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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090225 배웅:見送り

 09년02월25일. 오늘은 슈상이 중국에 돌아가는 날이다. 이곳의 신학과 입학이 확정되었기에 완전 귀국은 아니지만, 중국에 두고온 새색시가 못내 그리운 모양인지 봄방학 기간은 중국에서 머무를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과 일본은 아직 무비자 협정이 되어 있지 않기에 여름방학 기간에 결혼한 슈상의 부인이 일본에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신혼의 즐거움을 누릴 시기에 객지에서 홀로 산다는 것도 꽤 서럽겠지... (하지만, 부럽다.)

 학교에서 나리타 공항까지의 교통수단이 애매하기에, 1시간 정도 거리의 모바라(茂原)역까지 김 목사님 댁의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기로 했다. 번화가인 모바라 시내는 오지탐험이 일상이 되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차량을 얻어탈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따라나서는 곳이다. 슈상의 배웅에 모두가 동행한 것도 당연한 이야기.


 우선, 귀국하는 사람보다 두 배는 많아 보이는 나상과 최상의 짐을 차량에 싣고 느긋하게 오오타키 마을의 우체국으로 향했다. 두 사람도 곧 귀국할 예정이기에 항공기 수화물 중량을 초과하는 짐은 모두 한국에 보낸다고 한다. 배송 기간이 길지만 비용이 저렴한 선박을 이용해서 보낸다고 해도 20kg에 6천엔 가까운 돈을 내야 하니 요즘처럼 엔화가 비싼 시기에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항공기 수화물 중량 초과로 내야 하는 비용보다는 저렴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항공기 수화물의 아주 약간의 중량 초과도 한국처럼 눈감아 주지 않는 게 보통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날도 우체국 창구 앞에서 400g의 중량 초과로 상자를 뜯고 다시 포장하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사사오입(四捨五入)을 외쳐봐야 이곳에서는 통하질 않는다. 아니, 한국에서도 안 통하던가?


 나모씨의 아들 모영본상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살짝 지웠다. 참고로 모영본상의 본가는 경기도에 있다고 한다. 나도 완전히 귀국하게 되면 이용해야 하기에 보내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편하게 차량을 이용한 두 사람과는 다르게 자전거 뒤에 무거운 짐을 싣고 우체국까지 오는 과정이 눈에 선해서 한숨을 좀 쉬었다. 오늘처럼 비마저 주룩주룩 내린다면 설상가상이라는 사자성어를 몸으로 체득하게 되겠지.


 우체국에서 용무를 끝내고 모바라 시내로 이동하고 나서도, 나상의 휴대전화를 해지한다거나 서점에서 책을 사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근처의 회전 초밥 체인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한 접시(초밥 두 개)에 105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기에, 모바라 시내에 나오면 갓파(河童:かっぱ)라는 일본 물귀신 이름을 가진 이 가게에서 종종 식사를 하곤 한다. 최근 평일 할인으로 한 접시 94엔이라는 광고를 한 덕분인지 평일 낮 시간임에도 손님이 꽤 많았다. 맞은편 테이블의 꼬마 아이가 이쪽을 살짝 쳐다보며 웃는 표정이 보기 좋아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쏙 숨어버려 사진에 담는 것은 실패. 

 결국, 슈상을 모바라 역에 내려놓은 것은 식사 후에도 저렴한 마트를 찾아다니며 물건을 사들인 이후였다. 귀국하게 되는 나상과 최상은 물론이고 오사카로 부임지가 결정된 김 목사님 댁도 슈상과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 학비 감면에 대한 결과를 아직 받지 못한 나로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배웅은 짧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저렴한 물건 구매에 모두 기분 좋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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