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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100207 다도회:茶道会


 10년02월07일.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탓인지, 반복되는 휴대전화의 착신음에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전화해 준 아이카에게 5분만 기다리라고 하고서, 대충 옷에 몸을 쑤셔넣고 카메라를 집어들고 달려나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동차에 몸을 던져 가까스로 약속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잠이 덜 깨서 멍하긴 했지만, 시내에 마실 나온 영감님의 기분으로 오랜만의 바깥나들이를 즐겼다. 다도 선생님 댁까지 가는 길은 평소에 자주 가지 않는 방향이라 가만히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이야기. 선생님 댁은 대로에서 빠져나온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선생님 댁은 오래되어 보이는 큼지막한 일본식 가옥으로 숲을 끼고 있다. 숲에는 들어가 보질 않아서 넓이를 모르겠지만, 가끔 운동 삼아 달리신다는 이야기나 높다란 나무들을 보면 꽤 부지가 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다음 기회로 하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조금 떨어진 다도실로 자리를 옮겨 준비가 끝날 때까지 가볍게 차를 마시며 담소. 남성의 기모노에 비해 여성의 기모노는 갈아입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미리 입고들 오셨다고 한다. 여성의 기모노 차림새는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참석자 대부분이 지긋하신 분들이기에 조금은 허허롭다. 학교에서 듣는 수업에도 유학생 외에는 신청하는 학생이 없기에 젊은 처자의 기모노 차림은 거의 볼 수가 없어 아쉽다는 이야기되시겠다.


 미리 정해둔 순서로 다실의 바깥에서 손을 씻는 것으로 시작되어, (상당히 생략), 화로의 숯불을 바꾸고 난 다음에 간단한 식사가 시작되지만, 나를 포함해서 처음으로 정식 다도회를 경험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기에 조금은 가볍게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의 제자 분들이 능숙하게 흘러가듯이 시범을 보였지만, 아마도 실제로는 숯불을 놓는 위치라던지 순서까지 세세하게 정해져 있지 않을까.



 생각할 필요도 없이 10점 만점. 이 날 먹은 요리들로 일본에서 섭취한 음식물의 뇌 내 맛 순위를 전부 교체해 버리고 싶을 정도지만, 몇 십 년은 순위 변동이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에, 그냥 전부 합쳐서 1위로 했다.


 어디까지나 차를 맛있게 마시기 위한 준비로 먹는 요리기에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밥을 조금씩 남겨 두는 것은 식사의 진행 중에 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표하지 않기 위함으로, 마지막에 나오는 누룽지 같은 것을 넣어 전부 먹는다.







 나오는 요리를 자신의 그릇에 옮겨 담아서 먹고, 차를 넣어 마시고, 식사를 마친 그릇을 깨끗이 닦는 등, 순서나 방식이 스님들의 발우공양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살짝 단 것으로 식사를 마무리. 선생님께서 식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그릇의 놓는 위치나 순서 등을 계속 알려 주셨지만, 죄송하게도 요리에 정신이 팔려서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손님들은 다실 바깥으로 나와 담소를 나누는 것이 순서에 맞고, 볕이 좋아서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담소를 나누며 다실 앞의 매실나무에 핀 매화의 색과 향기를 즐기려니 알코올이 포함된 탄산음료 생각이 조금 났는데, 원래 식사에 술이 곁들여서 나오게 되어 있지만, 학생들의 참가 같은 이런저런 이유로 제외되었다고 한다.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맑은 종소리를 듣고, 다시 손을 씻은 다음 다실로 들어갔다. 생각난김에 적어두자면, 내가 접한건 일본 다도의 유파 삼센케(三千家)중 하나인 오모테센케(表千家)지만, 가장 수가 많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은 역시 삼센케의 하나인 우라센케(裏千家)다.



 식사 때와는 달리, 차를 마실 때에는 화로의 가마에서 물이 끓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한 가운데에서 진행되기도 했고, 제자분의 시범이 워낙 능숙해 소리가 거의 나지 않다 보니, 셔터 소리가 신경쓰여 사진을 거의 담지 않았다. 다도의 진행 과정을 담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단지 초대를 받아서 간 몸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침 9시 반에 집을 나와서 다도회가 끝난 시간은 오후 3시 반, 예상대로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다실 옆에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겨 쉬면서, 내년에는 젊은 처자들이 수업을 듣도록 홍보라도 해볼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인사를 하고 일어섰다.



 "선생님,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응? 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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